취임 17개월째 접어든 尹. 선명해지는 국정운영 방향·스타일
‘윤석열표’ 국가 정체성·예산·외교 부각
‘여의도 셈법’ 휘둘리지 않아 가능했단 평가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국가 정체성 바로 세우기, ‘재정 만능주의 배격’ 예산, ‘전략적 선명성’을 기반으로 한 가치외교 등을 통해 대선 출마 선언 당시 국민께 했던 약속과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를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정책 기조는 ‘득표’에 유리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지만, 대통령실은 “표’만 생각해서 ‘옳고 해야 하는 일’을 안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여의도 정치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윤 대통령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마지막 유세(2022년 3월 8일)에서 “나는 여의도 문법도, 여의도 셈법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정말 다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거 매표 예산 배격해 사회적 약자 더욱 두텁게 지원”
정부가 내년 예산안 규모를 올해보다 2.8% 늘어난 656조9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연평균 지출 증가율(8.7%)의 3분의 1에 불과한 역대급 긴축 예산이다. 윤 대통령이 22대 총선을 7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2024년도 예산안’ 심의·의결을 위한 국무회의에서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했다”며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해 절약한 재원으로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정치 보조금 예산,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했고, 총 23조 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진정한 약자복지의 실현, 국방·법치 등 국가의 본질 기능 강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 확보라는 3대 핵심 분야에 집중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은 재정 중독과 포퓰리즘에서 벗어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이 오롯이 담긴 사실상 첫 예산안”이라며 “여의도 정치 문법을 생각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었을 예산안”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일 관계 개선 위한 尹 ‘정치적 용기’, 새 역사 쓴 한미일 정상회의로 이어져
여의도 정치 문법에서 벗어난 것은 예산안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뚝심’은 정상외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는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발휘한 ‘정치적 용기’가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3월 일제 강제징용 해법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여야를 막론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의 치욕”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은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 한·미·일 정상회의로 이어졌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선 안보·경제·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3국의 포괄적 협력 체계를 제도화·공고화를 전 세계에 천명하는 △캠프 데이비드 원칙 △캠프 데이비드 정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개의 문건이 채택됐다. 북·중·러 등 권위주의 진영에 맞서 새로운 3국 협력 시대의 이정표가 된 3국 정상회의 한 축을 윤 대통령이 담당한 것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달 20일 “선진국을 따라잡으려고 늘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나라가 세상의 맨 앞에 서서 미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를 이끄는 위치에 와 있다”며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올해 3월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이 발표된 후 국정 지지율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지율에 신경을 쓰기보단 원칙을 가지고 밀고 나갔고, 여기까지 왔다. 대통령의 ‘뚝심 외교’가 국익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尹, 연일 ‘이념’ 강조하며 ‘국가 정체성 바로 세우기’ 앞장
윤 대통령은 연일 ‘올바른 이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 정체성 바로 세우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아직도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반국가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미·일 협력 체계가 한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이 분단의 현실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조작·선전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으며,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달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선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라며 “국가 정체성에 대해 성찰하고 우리 당정만이라도 국가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확고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와 관련한 야당의 공세에 대해선 “도대체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외면하고)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세력들하고는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 보고 및 2기 출범식’에선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 그러한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며 우리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고, 15일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를 통해서도 “우리는 결코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최근 잇따른 이념 강조 발언 배경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며 “한쪽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통해서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발전했고, 또 한쪽은 세습 독재, 통제 경제를 통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다소 거칠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하지만, 대통령실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법치 등 대통령이 평소에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말씀하는 것”이라며 “여론조사 결과가 무서워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꼭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가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지지율에 얽매이지 않고 ‘옳은 일’을 하는 윤 대통령의 원칙과 뚝심에 대한 평가는 내년 총선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송오미 기자 ([email protected])
위드코리아USA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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