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송호근 교수의 중앙일보 컬럼을 읽고 적잖게 놀랐다. 우선 헤드라인이 의미심장했다. ‘진보, 10년은 더 간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진보 정권이 앞으로 10년을 더 집권하게 된다는 이유였다.
“십상시나 충성파에 둘러싸인 밀실정치는 광화문의 함성을 제대로 판독하지 못했다. 거듭되는 정책실패에 대안은 궁색하고 실속 없는 이념만 늘어놨으니 인재가 모일 리 없다. 생물들이 말라 죽는 호수 와도 같다.”
송교수의 글은 좌파 정권과 정당을 두둔하는 글이 아니다. 좌파가 잘해서 10년을 더 간다는 뜻도 아니다. 그의 결론은 상대방, 즉 국민의힘이 너무 엉망이라는 결론이다.
권투 경기로 치면, 한쪽은 오랜 기간 훈련으로 다져진 프로 급 선수가 링에 서 있는데, 다른 쪽은 아마추어 권투 동호회 소속의 허약한 선수가 링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마치 연상케 한다.
6.3지방 선거의 투표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선관위 개혁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여기서 선관위 개혁과 함께 반드시 고민해봐야 하는 것은 ‘헌법 개정’, 즉 개헌이다.

공교롭게도 5월 8일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개헌’ 논의가 국회에서 무산되면서 의사봉을 내리치며 울먹였던 우원식 국회의장의 모습도 떠오른다.
셜록 홈즈의 추리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결론은 ‘범인이 누군지 아리까리 할 때는, 그 사건으로 누가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가’를 따져보라는 교훈이었다.
6.3지방선거의 투표지 부실 사태와 잠실 시위, 선관위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과 개혁에 대한 요구, 그리고 ‘헌법 개정’까지 마치 어떤 조각 그림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니나 다를까, 선관위 수사를 위한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지고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동시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내용이 바로 ‘개헌’에 관한 필요성들이다.
현재까지 나온 선관위 개혁과 관련한 내용들을 정리해보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소불위, 감사조차 받지 않는 초월적 헌법기관 선관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전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헌법 개정에 누구보다 열을 내는 것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다. 핵심은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삽입하는 것에 모아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헌법에 5.18정신이 들어가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라고 묻는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일이다. 왜 좌파들은 오랜 시간 ‘5.18정신’의 헌법 전문 삽입을 주장해 왔을까, 그 질문에 답이 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 헌법에서 전문에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문구로 삽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 헌법 전문에는 ‘프랑스 대혁명’이란 말이 없다. 그 시기에 나온 ‘인권선언’만이 언급될 뿐이다. 이는 프랑스 대혁명과 같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보다 ‘인권선언’이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독립전쟁’이 포함되어 있지만, 어디까지 특정한 역사적 사건보다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와 개념을 강조하기 위한 수식어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이미 ‘3.1운동’과 ‘4.19’가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서 ‘5.18’까지 합세하는 격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는 ‘반일(친일청산), 민주화운동, 항쟁’이 된다.
대한민국 고유의 근면, 자립, 반공, 자유와 같은 개념들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바둑으로 치면 수십 수 앞을 내다보는 격이다. 나중엔 친중, 친북 사회주의 노선의 수용도 무감각해질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5.18정신’이란 것은 결코 보편적 인권선언과 같은 가치가 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5.18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논의가 진행 중에 있으며, 자유로운 국민의 알 권리, 토론할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 부친 강제성과 편파성이라는 한계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그렇게 5.18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된다면, 그것은 모든 국민들의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없는 분열적, 파멸적인 위험성까지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5.18정신이 헌법에 수록되는 순간부터 대한민국에서 ‘자유’의 가치보다 ‘5.18’의 가치가 상위에 놓일 수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언젠가는 ‘자유’의 개념조차 헌법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단지 공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헌법에서 ‘자유’를 삭제하려는 시도들이 존재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이어지는 질문은 그걸 막을 수 있는 세력이 존재하는 가와 관련되어 있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국민의힘 지도부가 ‘선관위 개혁’과 ‘개헌’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선별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특히 지금처럼 ‘부정선거론’이나 ‘전국적 재선거’ 구호에 매몰된 상태로는 민주당과 이재명의 정부의 ‘개헌’에 대해서 결코 주도권을 행사 없을 것이다.
국민들의 들끓은 ‘선관위 개혁’에 대한 열망과 ‘헌법 개헌’은 맞물려 있다. 6.3지방선거 투표지 부족사태가 정말 선관위의 무능에서 일어났다면, 선관위 개혁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특정한 세력의 이익을 위해 저질러진 것이라면, 이 싸움은 생각보다 판이 큰 싸움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싸움을 준비할 능력이 있는가? 아니 싸움 준비는 하고 있는 것인가?
-김덕영 건국전쟁 감독-
위드코리아USA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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