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팬데믹 사태에서 이탈리아의 경우는 참으로 미스테리하다. 한 번 차분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이탈리아는 확진자 53,000명에 사망자는 4,800명 이상으로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을 넘어섰다. 지난 토요일(21일) 하루 사망자는 793명, 단일 사망자로는 최고치다.
그 전날인 금요일 밤 정부는 나라 전체의 폐쇄를 명령했다. 공원 문을 닫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의 산책이나 조깅도 금지했다. 기본적인 물품을 제외한 일체 모든 공장들의 생산도 중단시켰다. 북부 롬바르디아의 폐쇄를 강화하기 위해 군대도 파견했다. 이 지역에는 교회마다 시체들이 쌓여 있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 폐쇄가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던 초기에 시민의 기본적인 자유와 경제를 내세워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도시를 먼저 봉쇄하고, 다음에 지역, 다음에 국가를 봉쇄하는 역순서를 택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치명적 동선을 따라잡지 못했다.
감염이 시작된 초기에 콘테 총리와 고위 관리들은 바이러스가 별 것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혼란을 자초했다. 그들은 이탈리아가 높은 확진자 수를 보이는 것은 롬바르디아주가 증상이 없는 사람들까지 적극적으로 진단한 결과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진앙지 중국에서 고위 관리들의 경고가 나오기 시작한 1월 21일 바로 그 날, 이탈리아의 문화관광부 장관은 산타 체칠리아 국립 아카데미에서 중국 사절단과 함께 ‘이탈리아-중국 문화 관광의 해’를 경축하는 콘서트를 열었다.
거기 참석했던 전 경제개발 차관은 “과연 이렇게 해도 되는가?”라는 회의가 들었고, 보건부 차관은 그 때 모든 것을 막았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인 2월 18일에 이탈리아의 1번 확진자가 발생했다. 롬바르디아 지방 코도뇨 시에 사는 38세의 남성이었다. 심한 독감 증세를 보이며 코도뇨의 한 병원을 찾았던 그는 단순 독감으로 생각하여 집에 돌아갔고, 몇 시간 후 증세가 더 심해지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처음엔 일반 병동에 입원했고, 이틀 뒤 중환자실로 옮겨,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중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때 이미 무증상이거나 혹은 다른 독감으로 오인된 채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탈리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 첫 번째 환자는 발병 전 한 달 동안 저녁 모임을 활발하게 가지고, 축구 경기도 하는 등 아주 바쁜 생활을 보냈다. 아무런 증세가 없었지만 이 때 이미 감염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주 인구가 조밀하고 상업이 활발한 지역에서 첫 번 확진자가 병원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갔으므로 이 때 많은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하여 수 백 명이 감염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탈리아의
첫 번 확진자는 사실 이탈리아의 첫 번째 확진자가 아니라 200번 째 확진자일 수 있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지 사흘 뒤, 2월 23일에 확진자는 130명을 넘어섰고, 정부는 경찰과 군 검문소 설치와 함께 11개 지방 도시를 봉쇄 했다. 베니스의 카니발도 서둘러 종료했다.
롬바르디아 지방 전체의 학교가 휴교하고, 박물관과 영화관들이 문을 닫았다. 이때 밀라노 시민들이 수퍼마켓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강력한 조치를 명령하기는 했지만 콘테 총리는 아직도 롬바르디아의 과도한 검진이 확진자 수를 키웠다는 식으로 말해 사태를 애써 축소하려 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소독을 해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게 만들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지도자들의 이런 언사가 계속 국민들을 혼란하게 만들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400명이 넘고 사망자 수가 수 십 명이 되었던 2월 27일, 여당인 민주당 당수 징가레티는 ‘밀라노에서의 한 잔’이라는 글과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포스팅하면서 국민들에게 “우리의 일상을 바꾸지 말것”을 촉구했다.
같은 날 루이지 디 마이오 외교장관은 로마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감염의 위험을 강조하는 언론 보도를 한껏 조롱하며 “우리 이탈리아에서는 지금 에피데믹(질병 전염병)이 인포데믹(정보 전염병)으로 전환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0.089 %의 이탈리아인만이 지금 격리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감염의 발원지에서 불과 수마일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밀라노의 베페 살라 시장은 “밀라노는 멈추지 않는다”는 구호와 함께 시민들에게 경제 활동을 계속할 것을 독려하는 켐페인을 벌였다.
밀라노는 이탈리아에서 문화적,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이고 활발한 상업 도시다. 이 도시의 관공 명소인 두오모 대성당이 다시 오픈했고, 사람들은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그 후 열흘 만에 감염자는 5,883명이 되었고, 사망자는 233명이 되었다. 민주당 당수 니콜라 징가레티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16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환자가 음압형 들것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3월 8일 오후 2시 확진자가 이미 7,375이 되었고, 366명이 죽었을 때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 경제의 엔진이며 인구의 4분의 1이 살고 있는 북부 지역에 비상조치를 발령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의 수장들은 독자적인 행정명령을 내려 주민들에게 자가 격리에서 나와도 좋다고 말했다. 코도뇨의 봉쇄도 해제되었고 간이 검역소도 사라졌다. 일부 지역 시장(市長)들은 자기들의 희생이 허사가 되었다고 불평했다.
하루 뒤 3월 9일 확진자자 9,172명이 되고, 사망자가 463명 되었을 때 콘테 총리는 다급하게 강력한 봉쇄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의 대비는 53,000 대 4,800 이다. 이상이 오늘 자 NYT에서 읽은 이탈리아 상황이다.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과 너무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 물론 기본적인 요인이었다. 라틴 민족 특유의 느슨한 자세와 생활 태도가 문제일 수 있다.
1861년에야 겨우 통일을 이루었고, 천 년 넘게 각기의 공화국으로 분리되어 살았던 이탈리아 국민들의 독립적 지역감정도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사회주의적 포퓰리즘의 폐해다.
손진석 조선일보 파리 특파원에 의하면 이탈리아는 국가 채무가 3230조원에 달한다. 경제 규모는 독일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빚은 독일보다 17% 더 많다. 이탈리아 국민 1인당 나랏빚은 5350만원꼴에 이른다.
그래도 포퓰리즘은 여전하여 연금 수령 연령을 낮추고 저소득층에게는 기본 소득을 지급한다.
국민들에게 현금을 뿌려대다 보니 보건·의료 분야에 투자할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의 국민 1인당 보건 예산은 2008년 3490달러였지만 2016년에는 2739달러로 뒷걸음질쳤다.
그런데도 보편적 의료를 제공하겠다며 의료 부문을 계속 정부가 움켜쥐고 공공 서비스로 운영한다. 의료 장비가 부족하고 인력 수준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의 국민 1000명당 병상은 3.2개로 독일(8개)의 절반도 안 된다. 인공호흡기 숫자는 독일(2만5000개)의 8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젊은 의사들은 공무원 신분으로 월급이 묶이는 게 싫다며 영국, 스위스, 독일로 이민을 떠났다. 2005년부터 10년간 고국을 등진 이탈리아인 의사가 1만 명에 달한다. 이런 상태에서 전염병이 급습하니 견뎌낼 재간이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을 계기로 유럽식 사회주의 복지 모델이 여실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너무 많은 빚에 허덕이고 있는 정부는 위기 시 무능력하고, 역병(疫病)이 돌 때는 국민의 목숨을 지켜내지 못한다.
그런데 왜 너무 많은 빚에 허덕이게 되었는가? 국민들에게 마구 현금을 뿌려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도 국민들에게 일괄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팬데믹 현상에 의한 심각한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채택한 고육지책이다.
이미 평화시에 마구 돈을 뿌려 댔던 우리의 좌파 정부가 미국의 예에 슬쩍 올라타 자신들의 정당성을 찾게 될까 봐 걱정이다. 분별력 없는 국민들이 선거를 앞두고 거기에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아 매우 걱정된다
위드코리아USA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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