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영, 김이슬 선교사 가정/말라위>
2023년 현재 말라위의 상황은 악재에 악재가 겹친 것과 같다. 지난 우기에 비가 너무 적게 와서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불과 몇 주 전(2월 말) 성도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기 위해 옥수수를 구매할 때 50kg(한 포대)에 31,000콰차였던 옥수수 가격이 그새 40,000콰차로 상승했다.
그리고 점점 더 오르고 있다. 이 금액은 현지인들에게 엄청난 액수이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한 달 임금의 절반 이상이 옥수수 한 포대의 가격인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농촌에는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조차 매우 드물어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소일거리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이번 우기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일조량이 부족했다. 게다가 비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비료를 구입할 수 없었던 가난한 농민들은 주식인 옥수수 대신 콩이나 고구마 등으로 대체해 농사를 짓고 있다.
성도들을 심방하면서 주위 마을을 돌아보니 다들 비슷한 상황들이었다. 한 밭에 옥수수를 심어놓았는데, 한 쪽은 푸릇푸릇 키도 쑥쑥 잘 자라고 다른 한 쪽은 제대로 자라지 못해 키도 다른 것들의 절반 밖에 크지 않고 잎도 누렇게 뜬 것이 많았다. 물론 열매도 제대로 달리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비료가 너무 비싸 충분히 구매하지 못해서 비료를 준 쪽은 잘 자라고 비료를 주지 못한 쪽은 잘 자라지 못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직 이 옥수수마저도 수확하기 전이라 더욱 먹을 것이 없는 심각한 보릿고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말라위와 모잠비크를 덮친 싸이클론 프레디의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 499명의 사망자와 349명의 실종자, 5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한다(3월 20일 기준, 주 짐바브웨 대한민국 대사관 발표).
9년 간 말라위에서 지내면서 태풍으로 이렇게 심각한 피해를 입은 적은 없었다. 다행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내가 살고 있는 중부와 북부 지역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지만 남부 지역의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콜레라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때문에 우리 교회에서도 1월부터 지금까지 주일 예배 후 점심식사를 나누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 자칫 콜레라가 확산될까 두려워 대규모로 함께 식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 선교센터도 한 달에 수차례씩 도둑님이 방문하고 계신다.
최근 몇 달 사이 우리가 구매해 보관 중이던 옥수수, 기증받은 구형 TV, 자전거 여러 대, 건축에 필요한 잡다한 자재들을 도둑 맞았고, 발전기를 뜯어 그 안에 있던 배터리를 훔쳐 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차 본네트(bonnet)까지 열어 차를 망가뜨리거나 그 안의 무언가를 훔쳐가려던 흔적도 확인했다.
우리 선교 센터뿐만이 아니라 주위 마을에도 도둑이며 강도가 하도 빈번해 마을에서 자율방범대를 조직할 정도이다.
한 편으로는 정말 먹고 살기 힘든가보다 이해도 되지만, 단 몇 달 만에 이런 일을 연달아 겪으며 우리 선교사들은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작은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선교센터 안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제일 힘든 일이다. 이런 일들은 항상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 년 간 함께 예배 드리고 일하며 가르친 것들이 하나도 소용이 없었나? 나는 왜 여기서 이런 일들을 당하며 살아야 하나?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계속 이렇게 사역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등등 마음 속에서 많은 질문과 한탄이 소용돌이쳤다.
그런 마음을 주님께 고백하며 기도할 때 주님께서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느니라 (롬11:29)”라는 말씀을 기억나게 하셨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 곳 말라위에 보내신 부르심과, 이 땅에서 계속 선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부어 주신 하나님의 은사에는 전혀 후회하심이 없으시다는 것을 반복하여 묵상하며 힘을 얻고 있다.
말라위의 상황을 보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려운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이렇게 나아지지 않는 상황들과 변하지 않는 것 같은 사람들을 보면 낙심하게 된다.
‘이 나라도, 이 사람들도 좀 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언젠가 변하기는 하는 걸까?’ 하는 인간적인 마음이 앞서 좌절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하나님께 시선을 돌리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으로 공급받으면 나를 실망시키는 현실의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 힘으로 사람들이 듣든지 아니 듣든지, 변하든지 변하지 않든지 계속 외치게 된다. “주님께로 돌아가자!”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갈6:9)
내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계속 씨를 뿌리다 보면 주님께서 주님의 때에 주님의 방법으로 자라게 하시고 열매를 거두게 하시리라.
결과는 주님께 맡기고, 나는 주님만 바라보며 주님께서 부르신 그 자리에서 순종의 씨를 성실히 뿌려야겠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김이슬 선교사-
위드코리아USA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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