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조 영국 의회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 사무국장 /티모시 조 페이스북)
영어 단어 중에‘디아스포라(diaspora)’가 있다.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나 타의적으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을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διασπορά)에서 유래했다.
요즘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내 하마스 간 전쟁도 근원은 디아스포라 문제다. 2000년 전 유대민족이 해외로 흩어진 역사적 현상과 그들의 문화적 발전 혹은 그들 집단 그 자체가 디아스포라의 원조다. 이들은 본토를 떠나 항구적으로 나라 밖에 자리 잡고 살며 자신들의 고유문화를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고려인도 대표적인 디아스포라이고, 징용과 취업을 이유로 대한제국 말부터 한국에서 일본을 비롯해 미국 하와이나 남미 등으로 이주한 한인도 디아스포라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을 떠나 중국과 한국·영국·캐나다·미국·호주 등에 정착해 살고 있는 재외 탈북인도 전형적인 디아스포라다.
1948년 한반도 남북에 각각 체제가 다른 정부가 들어서며 대규모 집단 이주가 있었다. 공산주의에 젖은 인사들은 남에서 북으로 이주했고, 김일성 체제를 겪어 본 주민은 6·25 전쟁 중 대거 남으로 이주했다. 일명 실향민이다. 북한이탈주민으로 불리는 국내 입국 탈북인은 ‘대한민국 국민’임과 동시에 실향민처럼 디아스포라다.
(영국에서 나란히 지방선거에 후보로 출마했던 탈북인 출신 티모시 조(왼쪽)와 박지현 씨)
한국을 거쳐 영국으로 이주한 디아스포라, 즉 탈북인 중 박지현(54) 징검다리 대표와 티모시 조(35·본명 조국성)는 새 이주지에서 정치를 시작한 인물로 유명하다. 이 중 티모시 조는 부모의 탈북으로 북에 남겨져 3년간 꽃제비로 살며 탈북과 체포를 반복하다 우여곡절 끝에 영국에 정착한 불행한 행운아다.
치과대학을 다니다 국제외교정치학으로 갈아탄 그는 유명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맨체스터 지방의원 후보로 세 번 출마해 모두 떨어졌지만 꾸준히 정치인의 길을 가고 있다.
티모시 조의 인생 노정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마침내 현지에서 뿌리를 내리는 디아스포라의 생명력을 느끼게 했다. 그는 현재 영국 의회의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그룹(APPGNK)’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보수당 후보로 차기 총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에는 현재 700명이 넘는 탈북 동포와 그 가족이 있다고 추정된다. 한인 2만여 명이 거주 중인 뉴몰든에서는 500여 명이 탈북민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중반 영국이 탈북민의 영국 망명에 관대한 정책을 펼치면서 탈북 동포들이 대거 영국으로 이주했다.
영국 의회에서는 탈북민 인권 문제가 APPG-NK를 통해 이미 크게 다뤄지고 있다. 이 모임은 10여 년 전 데이비드 올턴 상원의원(현재 공동의장)이 창립했다. 조 사무국장은 “공동 의장 2명과 상·하원 의원 7명이 공식 멤버이고, 비공식적으로도 의원 30여 명이 참석하는 단체”라며 “하원 650명, 상원 780여 명인 영국 의회에서 이 모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는 “탈북민 북송 문제에 대한 의회 청문회를 준비 중”이라며 “이들의 제3국행을 위해 한국과 영국이 함께 노력하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찰스 3세 국왕과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조 사무국장은 2023년 한영수교 140주년을 맞이하여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을 맞이해 여는 국빈 만찬에도 초대됐다. 그는 이른바 ‘꽃제비(부모 없이 유랑하며 사는 북한 아이들)’ 출신 탈북민이다.
아홉 살에 부모님이 돌연 탈북한 뒤 북한에 남겨졌고, 이른바 ‘적대 계급’으로 분류돼 차별과 박해 속에 갖은 고생을 했다. 결국 중국으로 탈북을 시도했으나 북한으로 송환되는 끔찍한 경험을 하고 2004년 다시 탈북, 필리핀으로 추방됐다가 한국을 거쳐 영국에 정착했다.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돈을 모으고 영국 리버풀대와 샐퍼드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 석사를 마쳤다. 영국 국회 인턴, 의원 보좌관 등을 거쳐 APPG-NK의 사무국장이 됐다. 현재 맨체스터에 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탈북민 단체들)
티모시 조 사무국장은 윤석열 정부가 매년 7월 14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한 “북한이탈주민의 날” 미주 행사를 위해 7월 12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될 “제 1회 북한 이탈주민의 날 기념 미주 탈북민 대회”에 주강사로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게 된다.
아울러 기념행사를 위해 미주 4개주에 거주하는 탈북민 20여명과 현지 탈북민 30여명이 참석하게 된다. 모쪼록 이번 행사를 통해 “저는 저를 믿습니다”는 티모시 조의 신념이 미주 사회의 탈북민들과 한인들에게 그의 새 삶과 도전이 아름답게 전해 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루에 6천 장 전단지 돌리기? 탈북자 티모시 조의 영국에서 살아남기 | 이제 만나러 갑니다 618 회 (youtube.com)
위드코리아USA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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