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군인과 민간인 20여만 명을 대피시킨 흥남철수
1950년 12월 22일 부모님과 5남매가 흥남부두에서 빅토리아 호를 타고 거제도에 도착, 원주민의 도움으로 산중턱에 오두막을 짓고 피난민 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릴 적, 흥남에서 태어나 그곳의 기억은 없지만 거제도의 유년시절은 기억에 남는다. 곧잘 아버지는 형과 나를 산속 폭포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셨다.
그곳에서 수영하며 놀다 집에 갈 즈음에 아버지는 등을 밀어주시며 “이 놈 많이 컸네”하시며 껄껄 웃으시던 모습, 어머니가 싸주신 주먹밥을 맛있게 먹던 기억이 새롭다.
집으로 가는 산 길가에서 머루랑 다래를 따먹으며 아버지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면 “넘어진다. 조심해라”하시던 아버지의 인자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내가 토박이 아이들과 온종일 어울리며 놀다가 배고파 할까봐 일러주시던 말이 “언제든 배고프면 저 아래 떡집에 가서 떡 달라해 먹어”하신 말에
하루에도 몇 번씩 떡집에 달려가면 주인 아주머니는 묻지도 않고 큰 함지박에 담긴 찰떡 한줌 잘라 콩가루에 버무려 주셨다.
♦ 1951년의 피난민 판자촌 동네
얼마동안 산중턱에서 살다가 동부면 동부국민학교 앞으로 이사했다.
어머니는 학교 앞에서 잡화상 겸 문방구를 하셨다. 어릴 때 철없이 뛰놀던 곳은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았다.
누나들과 형을 따라 바닷가 갯벌에서 조개잡이로 한 나절을 보내며 신나서 뛰다가 갯벌에 빠져 신발 한 짝도 잃어버리고 맨발로 집에 오기도 했다. 물론 얼굴엔 진흙으로 가득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통영으로 물건 사러 가시면 주로 가게는 큰누나가 보고 있었다. 사탕이며 과자가 가득한 가게안은 나의 간식장소였다. 먹고 싶은 것은 다 먹어도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동네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은 먼저 주문을 받아 통영으로 가 구입하시고 파셨다.
♦ 1951년 피난민촌
어머니는 당시 버스도 없어 머리에 무거운 짐을 이고 걷기가 일수였고 간혹 지나가는 달구지에 앉아 오실 때도 있었다.
언제나 어머니가 오실 때쯤이면 어김없이 형님과 나는 어머니 마중을 나갔다. 이것이 우리 형제가 어머니를 돕는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말이다.
어느 날 어머니가 나가실 때보다 많이 뚱뚱한 모습으로 오고 계셨다.
그 이유인즉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 미군이 사용하는 모포가 인기가 많아서 그것을 사다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당시 거래가 불법이었던 모포를 몸에 숨겨오느라 그러셨다고 하신다.
어쨌든 어머니는 피난민으로 원주민 틈바구니에서 생존의 방법을 터득하셨다. 악착같으신 어머니의 희생으로 그래도 피난민으로 끼니 걱정하지 않으며 생활했다.
어머니의 희생에 비해 아버지의 모습은 언제나 슬픈 기색으로 연신 담배를 피우시던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
훗날 어머니가 들려주신 말씀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피난 떠나던 날, 할머니가 집에 계시며 한사코 피난길에 오르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르셨다고 하신다. 3일이면 세상이 평온해 질 거라며 집에 남으시겠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집에 가산이며 뒤뜰에 묻어둔 김치와 청어를 지키시겠다며 고집을 부리셨다고 하신다.
아버지는 저희들을 부두에 남겨두시고, 두 번이나 할머니께 가셔서 배를 타고 가면 언제 올지 모르니 함께 가시자고 해도 막무가내로 안가시겠다고 하셨단다.
결국 아버지는 우리를 데리고 배에 오르셨고, 그 후부터 어떻게 해서라도 모시고 왔어야 했는데 하는 자책감으로 남은 생애를 보내셨다.
그러니 어머니의 고생이 아버지 몫까지 함께 있었다.
7년의 거제도 피난민 생활은 나의 어릴 적 꿈과 희망이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일사회 회장: 박철웅〉
위드코리아USA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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