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표로 함경남도 금호지구 경수로 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2년간 상주했던 김중근 전 인도대사의 소설이다.
독자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 북한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하고 이해를 높여가는 것이 평화적 통일에 한걸음 더 내딛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소설이라는 장르를 빌어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소설은 현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최고 통치권자로 군림한지 2년 뒤인 2013년,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했다고 발표한 시점에서 시작한다.
전 세계적으로 북한 내 권력 투쟁에 대한 긴장감과 관심이 높아졌던 그 시점에 북한 내에서 지도층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우리가 속한 사회와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어 몇 장의 사진과 추측 성 기사만으로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장성택 처형에 대한 내막, 그리고 장애물이라면 핏줄조차 단박에 처단하는 젊은 새 독재자 김정은의 등장,
이 등장서부터 시작된 공포정치가 불러온 북한 지도층의 실체와 공산주의 독재체제 주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가 직접 겪은 일이라 의심될 만큼 생생하게 들려준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표로 함경남도 금호지구 경수로 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2년간 상주했던 김중근 전 인도대사의 소설이다. 독자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 북한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하고 이해를 높여가는 것이 평화적 통일에 한걸음 더 내딛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소설이라는 장르를 빌어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장 동지 체포 소식을 듣고 나는 오랫동안 준비했던 일을 즉각 시행하기로 했소, 나는 공화국을 탈출할 것이야”
눈발이 거세게 불던 어느 날, 일등서기관 강철민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과를 마치고 최현준 대사에게 보고하러 들어간 길, 그는 절대 듣지도, 보지도 않기를 바랐고 생각할 수도 없었던 탈북 고백을 듣는다.
‘북한 금수저’로 살아온 주인공 강철민은 외교 협상 차 방문했던 베이징에서의 어느 날 밤, 자신에게 탈북 계획을 털어놓으며 함께 하자는 상사의 제안에 당장 처자식을 버리고 도망가야 하는가 아니면 공화국 인민으로서 배운 대로 이 사실을 신고해야 하는가 고민에 빠진다.
그렇지 않아도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처형 소식까지 들려온 마당에 남겨진 아내와 아이들 역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위치에 놓일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
하지만 이미 장성택의 처형 이후 심복이던 아버지마저 돌아가셨으니 계속 남아있다 해도 자신 역시 언제 처형당할지 모르며 그 이후 가족들은 생사를 걱정해야 하는, 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자의면서도 반 강제적인 탈북 길에 오르게 된다. 공화국 일급 서기관에서 순식간에 비자금을 숨긴 배신자 탈북민 처지로 전락한 이 남자의 자유를 위한 여정은 수없이 많은 고비와 충격의 연속이다.
‘진짜 자기 이야기인가?’ 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게 만드는 디테일한 설정과 전개. 강철민의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알던 북한 지도부에 대한 평화적인 예측, 진짜 그들이 가진 삶의 진실에 대해 의심하게 만든다.
저자는 케도 근무 기간 중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된다.
“케도 작업 차량에 난입하여 남쪽으로 보내달라고 막무가내로 버티던 40대 남자. 북 감시자들에게 들킬까 봐 나는 케도 운전자 한 명 만을 대동하고 차량을 해변의 솔밭 안으로 몰았다.
탈북 하겠다고 작심한 그는 함흥에서 3박 4일 동안 산길로 숨어 걸어서 케도 건설현장까지 왔다고 했다. 남루(襤褸)를 걸치고 악취를 풍기는 그는 차량의 지지용(支持用) 쇠 폴(pole)대를 꽉 잡고 남쪽으로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하기 전까지는 차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케도와 북한 당국이 맺은 협약에 의하면 나는 그를 북한 당국에 인도하여야 했다. 반면에 국제법상으로는 ‘망명자는 본인 의사에 반하여 탈출국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non-refoulement)’는 원칙이 있다.
북한 경비병들의 감시를 피해 그를 케도 장비 운반선에 태워 남쪽으로 보내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를 억지로 차에서 끌어내어 솔밭에 내팽개쳐 버리는 것이 나의 최선의, 최후의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차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쇠 폴 대를 꽉 부둥켜안고 있는 그를 차량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나는 온 힘을 다하여 그를 내던졌다. 그는 힘없이 날아가 풀밭에 주저앉았다. 그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나는 솔밭에 널브러져 있는 그에게 주려고 2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만지작거리다가 그 돈이 물증이 되는 사태를 생각하여 이내 포기했다. 그리고 차는 솔밭을 빠져나갔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해송(海松)이 윙윙거리며 울었다. 나는 그 사건을 뉴욕에 있는 케도 본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보고는 불필요한 행정의 레드 테입(red-tape)만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만감이 교차하여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저자의 글 중에서)
한참의 시간이 흘러도 그 남자의 살아남겠다는 절박한 모습과 내 처지고 난 뒤의 절망했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던 저자는 쉬이 짐작되는 그 사람의 험난한 여정의 끝은 성취와 행복이기를 기대하는 상상을 하면서 이 소설의 첫 코를 꿰었다고 한다.
또 실감나는 전개를 위해 실제 북한 고위 공직자 출신과 북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교사 출신 등의 탈북민들을 인터뷰하며 자료를 모았고, 그 모든 정보는 이 스토리의 든든한 토대가 되었다.
‘이 작은 노력이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나아가 통일을 이루는 길목에서 벽돌 한 장으로 쓰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역사는 과거의 일이며 과거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이 사라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2023년 역시 역사의 한 부분이며, 지금 이 순간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곤 한다.
휴전 70주년,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으며 우리가 당연한 것처럼 누리는 평화는 언제든 이 잠시 멈춘 전쟁이 다시 흐르거나 움직이는 순간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모두가 잊어간다 해도 이렇게 벽돌 하나만큼의 노력이라도 계속 보태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북한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도서출판: 기파랑
위드코리아USA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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