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2018년 4월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왼쪽은 문재인 (사진/연합뉴스)>
문재인이 3일 윤석열 정부를 겨냥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문재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역대 정부가 평화를 위한 정책에서 일관성을 갖고 이어달리기했다면 남북관계와 안보상황, 그리고 경제까지도 얼마나 달라졌을까” 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산권 국가들과 수교하고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야말로 우리 외교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대전환이고 결단이었으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그 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며 “그럴 때 남북관계는 발전했고 상대적으로 평화로웠으며 균형외교도 증진됐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와 3만불 시대로 도약한 것도 이때였다” 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문 정부 당시 초대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던 임종석은 이미 지난달 29일 SNS를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꼬집어 “두말할 것도 없이 문 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너무 적나라하고 너무 거칠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쩌다 냉전시대 이념의 포로가 되었나”라고 즉각 응수한 바 있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까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지금이 냉전시대도 아닌데 대체 무슨 말씀인 것이냐” 라고 한 목소리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다만 이런 주장과 상반되게 현재 미국과 중국이 패권 대결 중인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유럽에선 전쟁이 벌어지는 등 현 국제정세는 ‘신냉전’ 상황이란 지적도 없지 않은데, 심지어 북한도 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6월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무단 폭파시켰으며
2020년 9월 22일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씨가 북한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총격 살해당한 뒤 시신까지 소각된 바 있고 2022년 11월 2일엔 북한이 분단 이후 최초로 NLL 이남 우리 영해 인근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뿐 아니라 문 정부 임기 말인 지난해 1월에는 북한이 한 달 동안 미사일을 역대 최다인 7번이나 발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문재인의 언급과 관련해, 북핵(北核) 위협에 맞서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향한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한 윤 대통령이 최근 전임 정부를 ‘반(反)국가 세력’이라고 지칭하는 등 비판 수위를 높이자, 문 재인이 반박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 축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지적했다.
<김정은과 문재인(사진/연합뉴스)>
UN 갈 때마다 종전선언 타령한 文재인
문재인은 제73차 유엔총회(2018년 9월 26일)에서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정신에 따라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며 북한을 옹호했다.
문재인은 제73~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이어 네 번째 종전선언 언급을 했다. 문재인은 취임 후 매년 유엔총회에 참석해 임기 첫해를 제외하곤 매번 종전선언을 말했다.
2019년 6월 30일에 판문점에서 싱가포르 회담(1차·2018년 6월 12일), 하노이 회담(2차·2019년 2월 27일)에 이어 세 번째 미북정상회담이 열렸었다. 당시 문재인도 판문점을 찾았다.
존 볼턴은 회고록 <그 일이 있었던 방: 백악관 회고록> 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모두 문재인이 판문점에 오지 않길 바랐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세 차례나 완곡하게 판문점 방문 반대 의사를 표했으나 초대받지 못한 문재인 포함 결국 남·미·북 세 정상이 한데 모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남북 정상선언에 사인하는 노무현과 김정일>
종전선언은 노무현(盧武鉉)이 남긴 유언(遺訓)
‘종전선언’이라는 용어는 2006년 처음 등장했다. 그해 11월 18일 당시 노무현을 만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용의가 있다(The US is willing to declare the formal end to the war and establish a peace treaty, if North Korea abandons its nuclear weapons program)”고 밝혔다.
이듬해 10월 4일 노무현은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나 10·4 남북공동선언(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발표하며 종전선언에 합의했다.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 (10·4 남북공동선언 제4항)
이는 앞서 문재인이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밝힌 내용과 유사하다.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합니다.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노무현과 부시 전 대통령>
2007년 9월 7일 노무현은 APEC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나 ‘종전선언’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비핵화가 우선’이라며 종전선언 제안에 답하지 않았다. 당시 미 국무부도 종전선언이 왜 필요하냐는 입장이었다.
종전선언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휴전선이 유지될 텐데 ‘선언’을 한다고 해서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느냐는 입장이었다. 문재인은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자격으로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 대사는 2021년 11월 6일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내세운 ‘종전선언’을 이렇게 설명했다.
“종전선언 문제를 이해하려면 그 원천 개념인 평화협정 문제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종전선언은 북한이 김일성 시대 이래로 줄곧 주장해온 평화협정의 논리적 구조를 바탕으로 형성된 일종의 선물 거래와도 같은 파생 상품이기 때문이다.
6·25전쟁을 법적으로 종식할 평화협정 문구에 응당 포함되어야 할 영토 경계 문제, 전쟁 책임 문제, 포로 문제, 전후 체제 문제 등 오랜 시간이 소요될 세부 사항 논의를 모두 뒤로 미룬 채 ‘전쟁이 끝났다’는 서론과 결론만 우선 앞당겨 발표하자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2007년 종전선언 제안 배경이었다” 라고 했다.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뉴데일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명섭 교수는 2021년 11월 4일 한반도선진화재단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 ‘종전선언 왜 문제인가’에서 “종전선언을 소극적으로 비판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적극적 평화체제 구축’ 이라는 의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나 정부는 종전선언을 평화 세리머니로 생각할지 몰라도 선언 이후에는 계속해서 그 효력을 갖게 돼 전쟁 억지력을 약화시키고 국제사회 여론 오도(誤導)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전쟁 억지력은 유엔사를 통해 확보한다”며 “전시(戰時)에 만들어진 국제연합군의 법적 근거가 종전선언 이후에는 약화돼 전쟁 억지력 약화와 한미동맹 균열을 초래한다”고 했다.
또 “당장은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지위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하지만 이는 법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며 “결국 정치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 주장으로 확산돼 간접 침략에 따른 저강도 내전으로 확대될 위험이 커진다” 고 지적했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조인식 당시 모습. 왼쪽 책상에 앉은 사람이 유엔군 수석대표 윌리엄 해리슨 중장, 오른쪽 책상에 앉은 이는 공산군 수석대표 남일 대장이다>
김 교수는 “종전선언을 할 경우, 6·25전쟁 발발 원인 등 정전체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평양에서는 6·25전쟁을 ‘이승만과 미 제국주의자가 일으킨 전쟁’ 이라고 가르칩니다. 우리가 일본 교과서 왜곡에는 관심을 갖지만 정작 평양에서 일어나는 거짓말에 대해서는 무감각합니다. 6·25전쟁 원인을 두고 한때 남침유도설, 쌍방책임설 등이 퍼졌습니다.
동유럽 공산권이 무너지고 소련이 해체된 후 이러한 주장은 국제적인 지지 기반을 상실했습니다. 그럼에도 9000만 당원을 가진 중국 공산당은 (항미원조전쟁처럼 6·25 책임 소재를 왜곡하는 데) 동조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식 6·25전쟁 해석이 최근 영화 ‘장진호’ 나 ‘1953 금성대전투’ 처럼 영상 공정(工程) 형태로 확산하고 있습니다.”라 했다.
<문재인과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뉴시스)>
이렇게 노무현의 유언을 이루기 위해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반국가적 행동인 종전선언을 주장하였던 문재인이 정상적인 대북 관계를 확립하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냉전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라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말했다는데, 그럼 종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뭔가”라고 썼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냉전적 사고가 아니라 종북적 사고를 탈피하자는 거다. 국가 안보를 망쳐 놓고 우리 국민을 북핵의 노예를 만들어 놓고 그게 할 소리냐” 며 비판했다.
이에 앞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전날 윤 대통령이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에게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며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더 잘 사는, 더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장관 교체를 기점으로 그간 남북 대화와 교류가 핵심이었던 통일부 역할이 북한 인권 중시 등의 기조로 바뀔 것을 예고한 것이다
위드코리아USA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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